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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회] 신앙의 길과 사랑의 이야기
  글쓴이 : 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    날짜 : 13-06-14 16:43     조회 : 2,554
 


신앙의 길과 사랑의 이야기

정 사이몬 신부, LC

수도생활을 시작한지 벌써 25년째가 되었습니다. 1988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한 소신학생과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저는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저는1988년 8월31일 동부의 센터 하버(Center Harbor, NH)에 위치하고 있는 소신학교에 입학하였으며 그 때 제 나이는 16살,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정말 철부지 신앙으로 시작했던 저의 모습을 뒤돌아보면 그저 하느님께 감사 드릴 뿐입니다. 어떻게 그러한 저를 예수님은 부르셨는지..

그때의 소신학교에서의 고등학교 시절은 추억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소신학교 생활을 시작했는데 그냥 모든 것이 너무 너무 좋았고 재미 있었으며 신비스럽기까지 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외국 신부님들과 젊으신 수사님들과 그리고 제 또래의 아이들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같이 먹고 기도하며, 신나게 놀고 또 열심히 공부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저에게 가장 중요한 은총은 처음으로 자연스럽게 성체 안에 살아계시는 예수님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때의 많은 에피소드는 이제는 감사의 추억이 되었습니다. 제가 있었던 이 소신학교는 1982년부터 지금까지 많은 신학생들을 양성하였으며, 그 중에 많은 분들이 현재 사제로써 여러 나라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사제서품 받은 지 10년을 맞으면서 언제나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었던 저를 하느님께서 이제 한국으로 부르셨습니다. 하느님은 상상력도 풍부하시고 유머도 대단하십니다. 한국에 입국한지 겨우 3 개월이 된 저에게 한글로 성소 이야기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망설였는데, 부족하지만 성소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제 성소 (거룩한 부르심) 이야기, 즉 신앙의 길, 사랑의 이야기를 순수한 마음으로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초등학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이민을 간 이후 3년이 되었을 때 소신학교를 입학하게 되었으며, 그 이후 미국과 아일랜드에서 수련기 2년을 마치고 첫 서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각자의 이름을 부르시는 하느님께 “여기 있습니다! (Simon Chung, Present!)” 하고 힘차게 대답한 우리 청년들의 모습은 정말 벅차고 기쁜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그저 철없는 초보자 수사의 첫 단계였을 뿐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성숙하기 위해 필수적인 정화의 신앙여정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여러 면으로 너무나 부족했던 저에게는 꼭 필요한 신앙의 길이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신학공부 과정을 로마에서 마쳤으며, 사목 활동은 남미인 베네수엘라,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에서 10년동안을 보냈습니다. 어떻게 보면 뿌리 없는 삶 같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수도자로써 하느님의 뜻 안에 신앙의 뿌리를 내리려 했던 것 같습니다.

모든 성소는 신앙의 길 이라고 봅니다. 신앙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길입니다. 이 신앙의 이야기는 우리 구원역사를 담고 있는 하느님의 말씀에서 흔히 찾아 볼 수가 있습니다. 아브라함, 모세, 사무엘, 요나, 엘리야, 세례자 요한,  베드로, 자케오, 부자청년, 사마리아 여인, 사도 요한, 바오로, 마태오..

이 다양한 신앙의 이야기에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먼저 부르신다는 것입니다. 성소는 언제나 하느님의 계획으로 시작되며, 따라서 그 거룩한 부르심 안에서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누구이신지 점진적으로 우리에게 알려주십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부르심과 인간의 응답 안에 유일한 친교가 이루어지면서 신앙과 사랑의 드라마가 시작하게 됩니다. 16살부터 수도생활을 시작한 저 역시 다양한 드라마 과정을 격었습니다. 특히 저는 예수님에 대한 사도 베드로의 열정과 나약함, 신뢰와 사랑에 제 자신을 볼 수가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베드로의 신앙고백은 “주님,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십니다.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는 알고 계십니다” (요한 21,17) 이 응답 안에 제 신앙의 길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동시에 요나처럼 제 성소로부터 몇 번이나 도망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주님, 왜 하필 저를 선택하셨나요? 저는 다른것도 해보고 싶은데…”  “저는 못 할것 같아요. 예수님 혹시 실수하신 것 아니신가요?” 그러다가 성모님 얼굴 바라보면서 모든것을 하느님께 신뢰하는것도 배웁니다. 사제의 사명을 지내면서 어쩌다가 사도 바오로처럼 욕도 먹을때도 있지만 동시에 진정한 신앙의 형제, 자매님들의 기도와 사랑도 많이 체험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약속하신 강복도 자주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깁니다. “내 이름 때문에 집이나 형제나 자매를 버린 사람은 모두 백배로 받을 것이고 영원한 생명도 받을 것이다.” (마태오 19,29)

이 신앙의 드라마에서 하느님은 절대로 심심한 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창조력이 정말 풍부한 분 이시기에 언제나 새로운 어드벤처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 모든 어드벤처보다 더 새롭고 기쁜 것은 하느님, 그 자체이십니다. 그 분의 신비, 사랑, 섭리, 선의, 지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모든 성소의 이야기는 언제나 사랑의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고,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더 친해지고 싶은 분입니다. 하지만 자유인들의 드라마이기 때문에 꼭 해피 엔딩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저희와 함께 계시고 우리의 신앙에 대한 응답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사제로서의 가장 행복한 경험 중의 하나는 저의 성소의 길을 통하여 한 분이라도 더 예수님의 사랑을 알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그 분의 고유한 신앙의 길을 사랑의 이야기로 만드시는 겁입니다.

짧은 글 안에 저의 가장 소중한 인생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이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신앙이 없으면 사제는 의미 없는 존재일 것입니다. 그래서 제 믿음이 약할 때나, 하늘의 빛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을 때, 수도자, 사제로서의 소명과 사명에 대해 흔들리는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한 시기를 넘어 풍랑이 거센 바다가 잠잠해지면 나와 함께 계시는 예수님을 바라보며 항상 의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하느님께 감사 드립니다. “Nolite timere(두려워하지 마라)” 이 신앙의 길에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가족입니다. 피의 가족과 신앙의 가족. 강생하신 예수님도 자기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따뜻한 가족 안에서 성장하였으며,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도 12제자들과 같은 새로운 가족을 만드셨습니다. 우리 모두는 따뜻한 가족이 필요합니다. 어려운 시간도 물론 있었지만 가족이 있었기에 저는 지금까지 지금의 신앙의 길을 걸을 수 있었고, 이 성소의 드라마를 하느님께서는 다행이 사랑의 이야기로 이끌어 가고 계십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 행복하고 감사해 하고 있습니다. 저 혼자로서는 이 모든 것들이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특별히 이 부족한 신앙의 길을 저와 함께 해주셨고, 또 현재에도 함께 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도 주변의 많은 분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저의 글을 마무리하면서 우리 모두의 성소 이야기가 좋은 열매를 맺는 사랑의 이야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필리피 4,13)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수 없습니다.” (로마 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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