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


Legionaries of Christ

그리스도의 열정적인 사도가 될 제자들을 교육하고 양성하여,온 세상에 그리스도의 나라를 선포하고 설립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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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8월 묵상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 김승규 토마스모어 수사 21-08-17




저는 일주일에 3~4번은 운동 삼아 한강에서 조깅을 합니다마음이 답답하거나 생각이 필요할 때에 특히 도움이 됩니다반포 한강공원을 중심으로 서쪽으론 김포가동쪽으론 하남으로 이어지는 간단한 구조입니다하지만 아무리 간단한 길이라도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 길을 갑니다어떤 사람은 걸어서어떤 사람은 뛰어서또 어떤 사람은 자전거나 전동 스쿠터를 타고 갑니다혼자 가는 사람이 있으면 그룹으로 가는 사람도 있고둘이 오붓하게 가기도 합니다앞쪽으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은 정해져 있지만그 길을 걸어가는 방식은 정해져 있지 않음을 볼 수 있습니다.

 

엊그제 시작된 것 같은 2021년이 어느새 하반기로 접어들었습니다선선한 가을바람이 여름의 무더위를 몰아낼 즈음 저는 다시 로마로 돌아가 신학 공부를 시작합니다출국까지 얼마 남지 않음을 깨닫고 문득 한국에서 보낸 지난 3년을 뒤돌아봅니다어떻게 보면 지난 3년은 제게 있어 정해져 있는 부분들이 많았었다고 느껴집니다명령에 복종하고여러모로 제한이 많았던 20개월의 군 복무 기간전역 후 레늄 청년들을 위한 수업과 여러가지 사목으로 신부님들을 보좌한 1년의 실습 기간주어진 일과 정해진 목표가 있었기에 더 다양한 것들을 추구하지 못한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도 잠시한강에서 정신없이 앞만 보고 뛰다가 지칠 때면 잠시 멈춰서 휴식을 취하듯이저도 잠시 멈춰 서서 제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비록 한정된 길이였다 한들바쁘게 앞만 보고 뛰어온 길이였다 한들그 안에 깃들여진 수많은 경험과 새로운 인연들더불어 쌓인 좋은 추억들과 아팠던 기억들결국“내가 앞만 보느라 내 주위를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강에서 뛰면 당연히 지치는 것처럼저희 모두에게는 지치고 공허한 시기가 찾아옵니다지금 당장 나에게 주어진 현실과 걸어가야 하는 길에 만족하지 못해 다른 샛길로 가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이러한 마음이 찾아올 때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한강에서 무심코 지나쳐온 멋진 풍경들아름다운 구름과 노을하늘을 밝게 비춰주는 달과 별들이 있는 것처럼우리의 삶 안에도 무심코 지나쳐온 감사한 인연들작고 소박하지만힘이 되었던 좋은 추억들어려운 시기에 밝은 빛이 되어 준 가족과 친구들내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힘이 되어 준 수많은 별들과 멋진 풍경들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말씀하셨습니다“만나 뵐 수 있을 때 주님을 찾아라가까이 계실 때에 그분을 불러라.”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혼자인 것 같고무엇 하나 힘이 되어 줄 것이 없는 것 같아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나와 항상 함께 계시는 하느님을 그저 부르기만 한다면 그분께서는 지친 나에게 구름이 되어 주시고 노을이 되어 주실 것이며어두운 밤에는 달과 별이 되어 주실 것입니다하느님께서는 삶의 모든 순간모든 시간을 나와 함께 걸어가십니다우리의 모든 앞길은 사랑이신 하느님 아버지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기억하시고 그분 안에서 자유롭게 한강을 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앞으로 4개월 남짓 남은 2021우리의 힘이 되어 주시는 주님과 함께 열심히 달려 가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