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


Legionaries of Christ

그리스도의 열정적인 사도가 될 제자들을 교육하고 양성하여,온 세상에 그리스도의 나라를 선포하고 설립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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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

제시 [레늄 산책길] 2025년 8월 18일 (월) 25-08-18




얼마 전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몇몇 공동체 신부님들과 자전거로 다녀왔습니다.

스페인 북부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면서 틈틈이 속으로 기도하고 동네 성당에서 성체조배를 하면서 순례할 수 있었습니다.

사제로서 길을 함께 나누며 걸을 수 있었기에 특별했고, 사목을 하면서 누릴 수 없었던 여유와 시간이었기에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순례길 내내 제가 아는 분들을 위해서도 기도했습니다.

어느 성당에서는 폴란드에서 온 20대 청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기도하기 위해 보름을 걸었으며, 앞으로도 차분하게 순례를 이어가겠다고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한국의 청년들도 이런 나이에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었지요.

이번 일정은 순례가 끝나고 바르셀로나를 거쳐 로마로 복귀하는 일정이었는데, 바르셀로나의 성가정(Sagrada Familia) 성당을 방문해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성당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성당 내부에 들어서서 내부가 숲에 온 느낌을 담도록 설계를 했다는 설명을 들으니 다시 한번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고 있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대자연이라는 첫 성전 안에서 기도하며 하느님을 만날 수 있었던 기억이 생생하게 났지요.

인위적으로 설계된 도시에서 분주하게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성가정 성당의 설계 의도가 참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순례객들은 길을 걸으며 “Buen camino” (“부엔 까미노”: 좋은 순례길 되세요!)하면서 인사를 합니다.
분주하게 지나쳐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품고 자신의 속도와 방식으로 산티아고를 향하며, 처음 보는 사이이지만 각자 안부와 기도를 건네는 것이지요.

오늘 우리는 우리 삶의 순례길을 어떻게 걷고 있나요?
오늘 나의 삶의 순례길에도 주님께서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저희가 항상 기억하고 용기와 희망을 안고 생활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Buen camino!


고승범 요한 신부, L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