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식
4세기경에 사셨던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널리 알려진 자신의 고백록에서 다음과 같이 실토합니다.
“주님, 뒤늦게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지난날의 아름다움 같으면서도 참으로 새로운 당신을 뒤늦게 사랑했습니다.
당신께서는 참으로 제 안에 계셨지만 저는 오히려 밖에 있었습니다. […]
당신께서는 저와 계셨지만 저는 당신과 있지 않았습니다.
당신 안에서 존재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못할 것들이
저를 잡아 당신에게서 멀리 떨어트려 놓고 있었습니다.”
수 세기 후에도 성인의 옛글은 저희에게 여전히 해당이 됩니다. 세례 성사의 은총으로 인해 내 안에 머물고 계신 사랑과 기쁨과 평화의 원천이신 분을 두고 나도 모르게 하느님의 피조물에 사로잡혀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성경에서 이름을 지명하는 만큼 오늘 기념하는 대천사들 또한 자신의 이름을 통해 저희에게 성찰 거리를 건네줍니다. 미카엘은 ‘누가 하느님 같으랴.’, 가브리엘은 ‘하느님의 사람, 영웅, 힘’, 라파엘은 ‘하느님께서 고쳐 주셨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하느님 같을 수 없다면 나는 얼마나 창조주, 구세주, 아버지(아빠)이신 분을 개인적으로 알고 인격적으로 대하고 있나요? 나는 얼마나 하느님의 사람으로 하느님의 힘을 인지하고 의지하면서 삶을 살고 있나요?
고달플 수도 있는 삶 속에서 나는 얼마나 하느님의 치유를 갈구하며 청하고 있나요? 오로지 하느님의 사랑과 섭리, 자애만이 인간의 마음을 온전히 채우고 치유할 수 있음을 알기에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더불어 고백했습니다.
"주님, 당신은 우리를 당신 위해 만드셨고 저희의 마음은 당신 안에서 안식을 찾을 때까지 평안을 모릅니다."
고승범 요한 신부, L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