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식
예수님, 제가 당신을 무엇이라 부르나요?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얼굴을 마주하기보다, 디지털 기기 속 짧은 메시지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살아갑니다. 저 역시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요즘, 친구와 마음 깊은 이야기를 나눈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안 납니다.
문득 생각해 보면, 제게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등굣길을 함께 걸으며 우정을 쌓아온 친구가 있습니다. 지금은 멀리 살아 몇 년에 한 번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제 마음속에서는 어떤 말도 받아줄 것 같은 영혼의 단짝입니다.
이 친구를 떠올리다 보니, 우리를 ‘친구’라 부르신 예수님이 생각납니다.
“....나는 너희를 벗이라 부른다.” (요한 15,15)
하지만 저는 아직 예수님을 친구처럼 대하지는 못합니다. 믿음의 대상이신 그분께 ‘친구’라 부르는 것이 조심스럽고, 여전히 높은 분 앞에서 어려워하는 제 자신을 봅니다.
성녀 데레사는 말합니다. 기도는 복잡한 문장이나 화려한 언어가 아니라, 내 마음속 깊은 바람과 오늘의 작은 걱정을 솔직히 털어놓는 대화이라고요. 친한 벗에게 대화의 기술을 쓰지 않듯, 서툴더라도 내 언어로 예수님께 말하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벗과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어찌 그리스도와는 그렇게 하지 못하겠습니까?'이 말씀을 곱씹으며, 제 절친과 나누었던 소소하고 따뜻한 대화들을 떠올립니다. 나는 그리스도께 어떤 마음을 전해왔을까? 또 어떤 순간들을 함께 나누려 했을까?
그분의 따뜻한 사랑은 느끼지만, 여전히 어려워하고 멀게 만 느끼는 제 모습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촛불을 밝히고, 주님과의 서툰 대화를 시작합니다.
그분을 친구로 부르기 위한, 아주 개인적이고 진심 어린 연습을 계속해 나갑니다.
– 박윤진 아셀라, 레늄 평신도 회원
